[잡다한 이야기] 겜마고 마이스터 수석(개발)이 아트 동아리에 있으면 생기는 일 - 게임 개발 잡다학
들어가며...
오늘은 썰 풀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경기게임마이스터 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하여
1학년 전공 동아리 시간을 아트 동아리로 보내게 된 이야기를 다룰까 합니다.
미래의 제가 이 포스팅으로 돌아와 "아, 이땐 이랬지ㅋㅋ"하며 웃으며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한 글입니다.
"이런 놈도 있구나"하는 마인드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트 동아리에서 뭐 했지
위의 사진은 제가 동아리에서 직접 만든 산출물들입니다.
3D모델링을 작업을 주로 했었지만
사실 처음 아트 동아리에 들어갔을 땐 캐릭터 원화 쪽으로 산출물을 제작했습니다.
예쁜 2D여캐를 그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원화를 그리는 것이 생각보다 제 적성에 맞지 않았고
원화보단 모델링을 하는 것이 플젝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행히도 중학생 때 블렌더를 사용한 경험이 있어 툴 적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모델링은 잘하는 편도 아니고 못하는 편도 아닌 딱 중간 정도의 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형태를 잘 잡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색감이나 렌더링, 후처리 등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주 전공이었던 저는 아트 실력을 갈고닦을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고민 끝에 제 강점을 살려 메쉬의 형태가 강조되는 단색 로우폴리 모델링을
주 작업 방식으로 채택했습니다.
고퀄리티 에셋을 뽑아내는 작업 방식이 아닌 탓에
어디가서 게임 아트한다는 얘기는 꺼내기 민망해졌지만
원하는 모델링을 단기간에 뽑을 수 있게 되어 2학년 갠프를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아리에서 배운 점과 선배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렌더링과 여러 모델링 팁, 컬러 팔레트를 선정하는 방법 등을 배웠고
선배분들이 무언가를 각 잡고 교육시키기보단 부원들이 알아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는
식으로 운영되어 동아리 자체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선배들께 모르는 것을 여쭤보면 답변도 친절하게 잘해주셔서 선배들과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업계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썰 풀기나 농담 따먹기 같은 것도 하며 지내다 보니
동아리 활동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트 동아리에 있으면서 생겼던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프로그래머와 아트가 애매하게 합쳐진 혼종에 가까웠습니다(TA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직군에 특화된 것이 아닌 양쪽 직군 모두에 속해 있으면서 잘하는 것은 딱히 없는 상태.
아트와 프로그래머 직군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 "이 길이 진짜 내 길이 맞나?"
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었습니다.
중간에 동아리를 바꿀 기회도 여럿 있었고 고민도 했었지만 동아리에 대한 의리와 자존심이
1학년 내내 아트 동아리에 몸담도록 했습니다. 지금 와서 후회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지만
사람의 자존심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나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1학년 시절을 아트 동아리로 아트로 보낸 결과
2학년에 올라와선 OOP 구조 짜는 것이 서툴렀고, 엔진 과목 시험도 거의 나락이었습니다.
STAC에 나가기 위해 팀을 모으고 기획서도 작성해 보았지만 입구 컷을 당했으며,
스토어 출시 경험이 없어 WASD에도 대회 신청만 했을 뿐 프로젝트 제출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2학년 1학기에 이룬 것이라곤 개인 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것...?
지금 보니 1학년 시절은 정말 실패를 밥먹듯이 한 것 같네요.
스트레스 때문에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가위눌리고 코피도 터지고 장난 아니었죠.
그래도 2학년 땐 플젝을 기간 내에 완성하기도 했고 졸업 작품 팀도 정말 멋진 팀원들과
함께하게 되어 지난 날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성장통이 있기에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다 보면 언젠간 좋은 기회로 되돌아오겠죠.
앞으로도 그렇게 되리라 믿으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 : 너 아트잖아, 왜 전공 프로그래밍으로 갔냐ㅋㅋ
주변 친구들이 우스겠소리로 저에게 자주해오던 말입니다.
프로그래머가 코딩하는 놈이 아닌 아트 하는 놈으로 불리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트라는 말이 나쁜 말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아트라는 소리를 들으면 "너는 프로그래밍도 못하니 아트나 해라ㅋㅋ"라는
의미로 들리게 되어 기분이 묘해진다는 뜻이죠.
저는 프로그래밍 분야로서는 정말 부족한 놈이 맞습니다.
그래서 OOP 구조 짜는 법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있고 백준 문제도 풀고 있습니다.
1학년 시절의 제가 부끄러워질 만큼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더군요.
그렇다고 전문적인 아트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아트를 공부한 이유는 저는 게임 프로그래머의 역량만을 높이고 싶은 것이 아닌
게임 개발자로서 다른 직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니까요.
(물론 아트를 공부하느라 코딩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다리가 안 맞긴 합니다;;)
마치며...
동아리 후배 중 아트에 관심을 많이 가지던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프로그래밍도 잘하는 편이지만 아트에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이 하기 싫어서가 아닌 아트가 정말 재미있어서 아트로 가길 원한다면 괜찮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저에게 애한테 가스라이팅을 했다면서 왜 그랬냐고 묻더군요ㅎㅎ.
사실 이 글도 아트 관련해서 물어본 동아리 후배에게 영감을 받아서 적게 된 글입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 친구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번 주 첫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